[배우 인터뷰 <내안의나>]대체되지 않는 배우가 될래요 (下)

BD
2024-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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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두 번 스터디 나가는 게 보통일은 아닐 것 같은데요. 각 스터디마다 주제에 따른 과제도 있을 것 같고요.

권: 다행인 점은 둘 중 하나는 즉흥 연기를 하는 스터디예요. 그래서 시간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돌아오는 피드백에도 조금씩 차이가 있어서 좋아요. 즉흥 연기는 특히 드라마 현장에서 활용될 여지가 큰데요. 흔히 쪽대본이라고 하잖아요. 드라마 현장에는 갑자기 대사가 사라지거나 바뀌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미리 연습할 수 있는 거죠.





직업으로 주제를 옮겨볼게요. 배우라는 직업을 오래 하다 보면 생기는 장단점이 있을 것 같은데요.
권: 일단 장점부터 말하자면, 어쨌듯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아요. 단점은 아무래도 경제적인 부분이죠. 그리고 심리적인 압박도 있어요. 계속해서 쓰임 받고 싶고 이번 작품에서 5만큼 보여줬으면 다음 작품에서는 그 이상 보여주고 싶거든요. 생각처럼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보니 슬럼프에 빠지기도 해요.





슬럼프에 빠졌을 때는 어떻게 극복을 했나요?
권: 최대한 아래로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바닥까지 내려가요. 그때 바닥을 찍고 올라와야 응어리가 남지 않더라고요. 일부러 여행을 가거나 운동을 더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일상 흘러가는 대로 스스로를 내버려 둬요.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아요.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이 오는데, 그때부터 다시 운동도 시작하면서 극복했어요. 





배우라는 직업이 무대와 매체를 통해 선보이는 면에서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받지만, 반대로 그렇지 못한 경우 배고픈 직업이라고도 하잖아요. 경제활동 측면에서 봤을 때 뮤지컬과 독립영화의 경우를 비교한다면요?

권: 제가 경험한 뮤지컬 <벤허>와 독립영화의 총금액에서는 차이가 있어요. 뮤지컬은 특성상 3개월 이상 진행하고 독립영화는 촬영 기간만 따지면 며칠 안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그 금액을 일별로 환산해 보면 비슷했던 것 같아요.





시, 도에서 운영하는 극단에 속해서 연기하는 배우들도 있잖아요. 

권: 대학을 졸업한 이후부터는 연극보다는 매체 쪽에서 연기하고 싶어서 크게 고려하지 않고 있어요. 주변에 입단한 지인에게 그냥 축하 정도만 전했어요. 공무원처럼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다고 하더라고요.





경제적, 현실적인 부분 때문에 배우라는 직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을 것 같은데요. 주변에도 있었나요?

권: 함께 배우의 길을 걷다가 포기한 친구도 있죠. 사실 저는 그들의 마음이 뭔지 알고 있어요. 그 결정까지 셀 수 없는 많은 고민이 있었다는 것도요. 엄청 큰 용기거든요. 그래서 회유하거나 실망을 느끼지 않았어요. 아쉽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고요. 한 친구는 지금 닭집을 운영하는 데 지금 엄청 잘 돼요. 그래서 정말 다행이에요.

저도 20대 초반에 잠깐 다른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여름 방학에 아르바이트로 핸드폰을 팔았는데 생각보다 괜찮더라고요. 그 당시에 꽤 큰돈이 수중에 들어오니까 순간 흔들렸던 거죠.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 하는데, 아직 무 구경도 못했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았죠(웃음).





이러한 현실적인 부분까지도 이겨내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권: 가장 큰 원동력은 주변 사람들인 것 같아요. 가족을 포함한 모든 주변 사람들이요. 제가 배우 일을 하면서 이래저래 도움을 많이 받았거든요. 그래서 지금의 위치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부모님에게는 경제적인 지원을 받았고 친구나 지인들에게 좋은 사람을 소개받아 작품을 진행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어서 빨리 주변 사람들에게 은혜를 갚고 저 또한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영화나 뮤지컬에서 주연 배우들의 티켓파워라는 게 있잖아요. 안 좋게 말하면 쏠림 현상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

권: 우선 실제로 엄청난 금액의 차이가 있죠. 그런데 어쩔 수 없는 거라고 봐요. 티켓파워 때문에 관람하는 관객들도 실제로 많으니까요. 그런 분들이 있기에 이 산업이 굴러가는 듯한 느낌도 있고요. 그 위치에 자리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이 있었을 테며, 설사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대중이 좋다는데 뭐 어쩌겠어요. 그리고 나중에 저도 그 자리에 선다면 그만큼 받고 싶거든요(웃음).


그런 분들의 실력은 두 말할 것 없고요. 그리고 태도가 정말 다른 레벨이라고 느꼈어요. 뮤지컬 배우 박은태 님이 그중 한 분인데요. 같이 무대에 서는 신에서 의견을 낸 적이 있어요. 그때 작은 역할, 앙상블이라고 무시하는 게 아니라 ‘성일아 더 해봐. 괜찮아’해주시니까 정말 고맙더라고요. 사실 제가 조금 더 돋보일 수 있는 아이디어였거든요. 무대에서 다른 배우가 조금 더 액션을 취한다고 해도 본인 역할에 영향 없이, 다른 배우들을 위해 베푸는 관용적인 마음이 되게 멋있었어요. 연습할 때도 분위기를 즐겁게 이끌며 많이 챙겨주셨고요. ‘사람이 참 멋지다. 닮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또 다른 에피소드는 조정석 배우분을 저를 포함한 두 명이 끌고 나가는 장면이 있었어요. 끌고 가던 도중 다른 한 명이 넘어졌는데, 괜찮냐고 물어봐주시고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연기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 따뜻하고 배울 점이 많다고 느꼈어요. 이런 경험들이 제가 앞서 ‘모두에게 친절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과 연결되는 것 같네요.





앞에서 잠깐 오디션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오디션에 대한 정보가 중요할 것 같은데, 정보는 어디서 어떻게 얻고 있나요?

권: 제작사에서 작품을 만든다는 공고를 관련 커뮤니티에 올려요. 스터디원끼리 공유하기도 하고요. 보통은 직접 방문해서 프로필을 제출해야 하는데요. 회사에 가면 프로필 함이라고 박스가 있어요. 거기에 넣고 오는 거예요. 요즘에는 많이 좋아져서 프로필 대행업체에서 프로필을 대신 전달해 줘요. 





굳이 왜 오프라인으로 하는 걸까요? 

권: 굳혀진 관습 같아요. 90% 이상이 프로필을 직접 받고 있어요. 그리고 온라인으로 하면 이메일을 하나씩 열어보고 인쇄하는 번거로움도 있을 테고요.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그만큼 간절한 사람이 회사에 프로필을 낼 수 있는 거 아닐까요(웃음)?









프로필을 제출한 후에는요?

권: 프로필이 합격하면 오디션을 봐요. 저는 재작년부터 오디션을 보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한 해 평균적으로 10~15개 보는 것 같아요. 


평균으로 따지면 한 달에 한 개의 오디션이라 보일 수 있는데, 같은 달에 네 개를 본 적도 있고 아예 없는 달도 있어서 편차가 커요. 현재는 저의 기호를 따지지 않고 가능한 오디션에 모두 지원하고 있어요. 대중에게 저를 알리는 게 먼저라고 생각해서요.

 




소속사에 속하는 방법도 있잖아요. 

권: 소속사 미팅을 보기도 했어요. 일이나 오디션을 잡고 스케줄을 관리해 주는 점이 좋죠. 현재는 제가 스케줄이 많지 않아서 혼자 해도 되겠더라고요.


그리고 캐스팅 디렉터를 통해서 연락을 받기도 해요. 보통 드라마 현장에서 쓰는 용어인데요. 영화에는 인물 조감독이 있고 드라마에는 캐스팅 디렉터가 있는 거죠. 조연 역할이 필요할 때 에이전시나 캐스팅 디렉터에 연락을 취해 상황에 필요한 배우를 구하는 거예요. 그러면 캐스팅 디렉터는 각자가 가진 데이터에 있는 배우들에게 연락을 취해 스케줄을 맞추는 거고요. 





캐스팅 디렉터처럼 영화에서는 인물 조감독을 통해 직접 캐스팅하기도 하나요?

권: 최종 결정권자는 감독이겠지만, 조감독들이 웬만한 건 관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사람 권성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네요. 연기를 통해 본인을 표현하기도 하지만, 연기 이외의 것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나요? 

권: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잘 그리고 싶다는 욕망은 있었는데 실력이 부족해서 손이 잘 가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얼마 전 갑자기 뭔가 그려보고 싶더라고요. 경험도 기술도 없어서 투박하긴 한데 연기랑 크게 다르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내가 표현하고 싶은 부분을 더 부각되게 그리고 아닌 부분은 줄여나가면서요.


예술의 장르는 사실 제목을 붙이잖아요. 제목에 따라서 작품을 보는 시선도 많이 달라지잖아요. 해석이라던지요. 저도 제 그림에 제목을 붙여봤는데, ‘이것도 디자인의 한 요소가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림이 연기를 더 탄탄하게 해주는 연기 외적인 요소가 될 수 있겠네요.
권: 그렇죠. 앞으로도 영감이 떠오르면 한 번씩 해보려고요. 제가 나중에 사진 찍어서 보내드릴게요. 똑같은 말도 억양이나 상황, 표정 등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잖아요. 이런 생각을 표현하고자 했어요.





배우로서 본인의 마지막 촬영이라고 생각하면 어떤 작품 또는 누구와 함께 작업하고 싶은지 궁금해요.

권: 마지막 촬영이라는 가정이 두 가지 상황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우선은 사실 어렸을 때부터 할리우드에 대한 존경이 있어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나 킬리언 머피나 에단 호크 같은 배우들과 함께 작업하고 싶어요.


그리고 제 상황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예를 들어 6개월 정도의 시한부 인생이라고 한다면, 지금까지 저와 연기를 함께 한 배우들과 단편 영화를 하고 싶어요. 배우라는 직업 자체가 한 작품에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기가 어렵거든요. 그래서 저의 마지막(?)을 함께 하면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그 친구들 기억에도 오래 남을 것 같고요. 아마 친구들도 제가 이루지 못한 것까지 이루기 위해 더노력하지 않을까요(웃음)?





실제로 친구들과 함께 작업을 하기 위한 시도가 있었나요?

권: 시도까지는 아니고 얘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다 같이 좋은 연극을 한 번 올려보자고요. 그런데 앞의 예처럼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면 각자의 스케줄이 있기 때문에 어렵더라고요. 





인터뷰 사전 답변에서, ‘아직 배우만큼 매력적인 직업을 경험하지 못했다’라는 답변이 있었는데요. 혹시 더 큰 매력을 느끼면 잠시 다른 직업에 도전하거나 또는 다른 매력을 찾기 위한 시도가 있었는지 궁금하네요. 

권: 더 큰 노력을 찾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았고요. 잠깐 생각해 본 적은 있어요. 아까 핸드폰처럼요(웃음). 제가 운동을 좋아하니까 이쪽을 키워봐도 재밌겠다는 생각을 가진 적이 있는데 평생 한다고 생각하니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연기를 하면 다양한 직업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도 있는데요. 단순한 흥미를 느낀 적도 있고 반대로 지레 겁먹을 정도로 어렵겠다고 느낀 적도 있어요. 한 번은 사극에서 무사를 맡은 적이 있어요. 무더운 날씨에 모포 입고 칼 들고 뛰어다니다 보니 무사들의 고충을 느끼기도 했죠(웃음).

 











 

<내안의나> 인터뷰에 응한 이유가 있을까요?

권: 거절할 이유가 없었어요. 또 인터뷰도 이번이 처음이라 궁금하기도 했고요. 사실 몇 가지 질문으로 간단하게 끝날 줄 알았는데 다양한 주제가 있어서 좋았어요. 지난날을 돌이켜보며 ‘이런 일도 있었지’하며 추억하고, 질문에 따라서 ‘내가 이런 점은 어떻게 생각하지?’ 스스로 정의를 내리기도 했어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나요?

권: 인터뷰 초반에 말씀드린 것처럼 대체되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고 그렇게 기억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 저도 많은 고민을 해봐야 될 것 같아요. 많은 작업도요.











배우 권성일 인터뷰 上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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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사진 B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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