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인터뷰 - 오랜만입니다커피템플 김사홍 대표님 - Part 2.

박병영
2024-03-11
조회수 427

5-3. 문제를 해결하는 태도

일단 행사를 시작해요. 에너지를 120%, 150% 발휘하고요. 여지를 남기면 자신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게 거의 없을뿐더러 그마저도 상대방에게 전달되지 않아요.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요. 아마추어가 프의 히트곡을 부르는데, 사람들은 감동해요. 왜 그럴까요? 그들의 태도예요. 무대에서는 애써 노래를 부르고 무대 뒤에서는 잘되지 않아도 끊임없이 연습하는 그들을 보면서요. 사람들이 그 모습 자체를 인정하고 감동을 느끼는 거죠. 완성된 기술만으로는 사람을 감동시키기 어려워요.

커피 맛은 기본이에요. 손님이 ‘준비가 잘 된 행사에 왔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분위기도 있어야 하고요. 현장에 올 때까지 품은 손님의 기대를 현장에서 무너뜨리면 안 되니까요. 기대에 미쳐야 다음이 있어요. ‘게스트 바리스타(이하 게바) 행사 가볼 만해. 한 번 가봐.’라고 입소문이 날 수 있죠. 예를 들어 딸이 방문해 만족스러웠다면 다음에는 어머니와 같이 오는 경우가 생길 수 있는 거예요. 사람들은 총체적인 경험 안에서 만족하지 못하면 다음 행사를 기대하지 않아요. 그럼 행사의 힘은 약해지고 결국 사람들의 발걸음도 끊기겠죠.


5-4. 영향

매장의 변화를 구상하는데 게바가 영향을 미쳤어요. 게바 활동이 축적되고 나서 이제는 변화를 줄 때라고 생각했죠.


5-5. 미래

게바의 확장을 고려 중이에요. 게바를 통해 커피 산업 내의 교류는 충분히 이루어졌는데요. 산업 안에서만 회자되는 면이 있더라고요. 산업 밖에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엄청 많은데 말이죠. 사람은 자기 분야에서는 좋은 것을 쉽게 찾는데요. 다른 분야의 경우 잘 모르기 때문에 눈앞에 있는 것을 선택하거나 추천에 의지해요. 계기가 생기지 않는 이상 늘 같은 커피를 마시죠.

저는 다른 산업에서도 스페셜티 커피를 좋아할 가능성이 크다고 봐요. 진정성, 좋은 품질, 적정의 판매가를 가졌으니까요. 사람들이 몰라서 못 찾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산업과 협업을 자주 진행하려 해요. 산업마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게임 개발사 크래프톤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처음 크래프톤 사내 게바를 진행할 때는 서초 한 곳에서만 했는데요. 반향을 일으켜 판교, 서초, 역삼 모든 지점에서 진행했어요. 크래프톤 사내 직원들이 정말 좋아했고, 게바 이후로 커피를 즐기는 이가 많이 늘어났다고 전해 들었어요. 

페이스트리 브랜드 허니비와의 협업도 반응이 좋았어요. 디저트를 좋아하는 이들이 대부분 참여한 행사였는데요. 이런 맛의 커피가 있었냐고 하면서 ‘새로운 커피 맛을 경험할 수 있었다.’, ‘디저트와 함께 먹으니까 더 맛있다.’라는 긍정적인 호응을 받았죠.


6. 기막힌 게이샤 드립백

나눠준 드립백을 잔에 세워요. 그리고 물을 가득 붓습니다. 이제 물이 드립백을 통과할 때까지 기다리면 됩니다. 맛이 어때요? 제가 만들었지만 정말 만족스러워서 여러분에게 소개하고 싶었어요. 내리는 방법도 정말 쉽죠. 

저는 매장에서 바리스타가 만들어주는 커피와 집에서 간편하게 만드는 커피 맛의 간극을 줄이고 싶은 사람이에요. ‘왜 맛 차이가 날까?’, ‘차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불가능한가?’라는 생각으로 만듭니다. 노력의 결과가 지금 마시는 드립백(게이샤 드립백 눈으로 맛보기)으로 나왔어요.

커피도 재료에 없는 맛은 나올 수 없어요. 생두가 중요하죠. 파인 다이닝에서 재료를 강조하는 것과 같아요. 시작이 재료예요. 생두를 고를 때 종류와 원가도 고려하지만 손님에게 최상의 만족을 줄 수 있는지를 우선해요. 로스팅도 마찬가지예요. 손님에게 맛의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강도로 볶죠. 분쇄도도 손님이 원하는 맛을 내면서 추출이 제대로 되는 정도로 맞추고요. 간단히 설명하면 생두 선택 – 로스팅 – 분쇄 세 단계를 거치지만 각 단계마다 세밀한 작업으로 이루어지는 거예요.


7. 커피, 일 말고

영화와 음악을 좋아해요. 더퍼슨스 독자분들에게는 250의 음악을 추천하고 싶네요. 들을수록 인상에 깊게 남아요. 250은 뉴진스(NewJeans) 음악 프로듀서로 유명한데요. 자기 길을 깊게 가는 사람이더라고요. 한국에서 나고 자랐으니 한국 정서가 담긴 음악을 하고 싶었다고 해요. 그 뿌리를 찾다가 ‘뽕’을 발견했고요. 대중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지는 못했지만 뽕을 자신만의 감각으로 진지하게 해석했다는 것에 의미가 크다고 생각해요.

이런 250의 행보가 제 길에도 영향을 줍니다. 계속 제 길을 만들기 위해 땅을 깊게 파면 ‘이렇게 하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때 250을 보면서 제 방식이 맞는다고 확신해요. 시장에서의 성공 여부를 떠나 자신만의 결과물을 꾸준히 만드는 모습을 보면서 힘을 얻죠. 친분은 없지만 제 길을 함께 가는 느낌이에요.


8. 좋아하는 일을 멈추지 않기 위해

최근에 홈트레이닝을 시작했어요. 그동안 운동을 자주 안 해도 가지고 있던 체력으로 일할 수 있었는데 이제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지금 하는 일이 정말 재밌어서 오래 하고 싶은데 체력이 문제예요(웃음).


9. MBTI

테스트를 하지 않아서 모르겠네요. 관심 없는 분야에는 눈길을 안 주긴 합니다(웃음). 제 관심사는 언제나 일이에요. 제 중심에 일이 있죠. 그래서 일(커피) 이야기라면 끝도 없이 해요. 대표들의 공통점이 맞아요. 일 이야기하는 순간이 대표들에게는 행복의 시간이죠(웃음).




10. 2024 Korea coffee week, Jeju

코리아 커피 위크를 준비하고 있어요. 코리아 커피 위크는 ‘게바’하면서 느낀 공간과 시간, 서비스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획한 행사예요. ‘운영진과 방문객 모두가 만족하는 게바를 물리적으로 확장할 수 없을까?’, ‘어떻게 할 수 있지?’, ‘브랜드들을 모아서 축제를 하면 되겠구나.’ 처음에는 게바를 함께한 브랜드들과 같이 서울에서 하려고 했는데요. 공간 마련 문제로 진행하지 못했어요. 대신 제주시와 커피 관련 업체들에게 지원을 받아 2023년에 제주도에서 시작했죠. 결과는 게바처럼 ‘빵’ 터졌어요. 진정성 있는 브랜드들을 모아 놓으니까 사람들이 알게 됐죠. 제주도 안에 매력적인 카페들이 많다는 사실을요. 그동안 몰라서 찾지 않았던 거예요.


행사 미리 구경하기


사실 제주도의 로컬 브랜드들이 많이 힘들어해요. 제주시와 서귀포에 인구가 몰려 있는 데다 기본적으로 유동인구가 적으니까요. 온라인 광고를 해야 사람들이 찾아오는데 매번 할 수도 없고요. 로컬 브랜드에게는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해요. 도민에게는 검증된 정보를 제공하는 매체나 플랫폼이 필요하고요. 필요한 것을 막상 찾으려고 할 때는 어디서 어떻게 찾을지 막막하거든요. 또한 행사로 인해 모이는 것도 의미가 있어요. 서로에게 즐거움과 안정감, 힘을 주죠. 대부분 1인 사업체이거든요. 매일 매장에서 혼자 섬처럼 지내요. 손님이 오기를 기다리는. 


11. 더퍼슨스 인터뷰, 그 후

바리스타 편을 읽은 이들이 많았어요. 책에 사인을 받는 사람도 더러 있었죠. 한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의 여러 관점을 살펴 보면서 인사이트를 얻는 이들이 많더라고요. 저에게는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기회가 왔을 때 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게 목적이었죠. 책을 통해 도움을 받았다는 사람들을 만나면 ‘이런 콘텐츠가 필요하구나.’라고 느꼈고요. 

저는 스스로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답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사람들은 자신이 가는 길이 맞는지 늘 의구심을 갖기 때문에 앞서간 사람들이 걸어간 길을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더퍼슨스 책이 아닐까 싶네요.

인터뷰할 당시와 비교했을 때 가치관에 큰 변화는 없어요. 그때보다 명확해진 게 있다면 ‘사람들의 일상에서 커피는 굉장히 중요한 가치다.’라는 점이에요. 커피가 일상을 유지하게 만드는 매개체라는 확신이 더 강해졌죠. 업의 가치성도 더 커졌고요. 제 개인을 만족시키는 역할을 넘어 ‘사람들의 일상에 도움을 주는, 이로운 사회 경험을 제공하는 일’로요.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커피가 지금은 정말 재밌어요."



김사홍 대표님과 헤어진 뒤, 더퍼슨스 편집부는 이틀 동안 제주시, 부산 해운대, 부산 영도 각 지역에서 활동하는 브루어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빠듯한 일정 속에서 거리가 먼 지역으로 계속 이동하는 일은 몸과 마음을 고되게 만들었는데요. 무사히 출장을 마칠 수 있었던 요인은 두 가지였습니다. 맛있는 커피와 김사홍 대표님.

맛있는 커피 한 모금이 목을 타고 넘어가면 지친 몸과 마음이 되살아납니다. 그뿐만 아니라 맛있는 커피 맛이 주는 행복감도 느낄 수 있죠. 대표님을 떠올린 건 일부러 한 행동이었어요. 또렷한 눈동자, 단단한 어조와 함께 막힘없이 자신의 일에 대해서 이야기하시는 대표님이 정말 멋있었거든요. 출장 기간 동안 그 모습을 기억하자고 다짐했었죠. 오랜만에 사람에게 영감을 받은 순간이었습니다.

김사홍 대표님의 이야기를 읽은 여러분은 최근, 누구에게 영감을 받았는지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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